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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84조 ‘불소추 특권’... 대통령 면책 어디까지 가능할까?

by 조선둘리 2025. 6. 11.

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연기되면서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한번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지방법원이 잇따라 재판 일정을 '추후 지정'으로 무기한 연기하자, 이에 대한 위헌성을 묻는 헌법소원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헌법 제84조의 핵심 내용과 쟁점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소추'라는 용어의 해석 범위 때문입니다.

 

소추의 의미를 둘러싼 해석 논란

헌법학계에서는 소추의 의미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해석 관점 주요 내용 근거
협의설 소추는 형사 기소만을 의미 문언의 일반적 통용 해석, 법 앞의 평등 원칙
광의설 소추는 기소와 재판 진행을 모두 포함 대통령 직무 수행의 원활성, 국정 운영 공백 방지
협의설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소추의 의미가 형사 기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해석의 범위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광의설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헌법 조항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미 진행 중인 재판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법원의 첫 판단과 그 의미

서울고법과 서울지법의 연이은 재판 연기

2025년 6월 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며 연기했습니다. 이어 서울지방법원 형사33부도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 재판을 추후 지정으로 연기했습니다.

이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진행 중인 재판도 포함된다는 사법부의 첫 공식 판단으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헌법 84조의 입법 취지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국정 운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헌법소원 제기 현황

법원의 재판 연기 결정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잇달아 제기했습니다. 6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총 4건의 헌법소원이 접수되었으며, 주요 청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울고법 재판부의 재판 기일 추후 지정으로 평등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
  • 대통령에 대한 재판부의 불소추특권 적용과 재판 지연이 위헌이라는 주장
  • 헌법 84조 자체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요구

 

헌법학적 관점에서 본 쟁점들

헌법 조항 간의 체계적 해석 필요성

헌법 제84조를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관련 조문들과의 체계적 해석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조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 조항 내용 84조와의 관계
제65조 1항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만을 탄핵 대상으로 규정 직무상 행위도 제한적 보호
제68조 2항 판결로 대통령 자격 상실 경우를 규정 기존 재판이 정지되지 않음을 전제
헌법 제65조가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만을 탄핵의 대상으로 하여 제한적으로 보호하는데, 헌법 제84조를 직무와 무관한 행위나 취임 전 행위까지 포함시킬 경우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취임 전 행위와 직무 관련성 문제

헌법 제84조의 취지가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것이라면, 그 특권이 재직 중에만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취임 전의 행위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관점에서의 우려

형사피고인 대통령 당선의 문제점

헌법 제84조 논란을 통해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요 우려사항:

  • 사법적 리스크 무마 동기: 형사피고인은 자신의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이용하려는 강력한 동기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인사권 남용 가능성: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법무부·검찰에 대한 임명권을 통해 자신의 형사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험이 있습니다
  • 입법 개입 우려: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관련 법 개정이나 사면법 개정을 통한 자기 사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민주권과 사법부 독립의 균형

이번 사태는 국민주권과 사법부 독립 사이의 미묘한 균형 문제를 제기합니다. 유권자들이 형사재판 중인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는 사실과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과제

헌법재판소의 역할

현재 헌법재판소는 접수된 헌법소원들을 각 지정재판부에 배당하고 청구 적격성 검토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지정재판부에서 청구가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전원재판부로 넘어가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단순히 이재명 대통령의 개별 사건을 넘어서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의 헌법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결론 : 제도적 개선 방안 모색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 불소추 특권 제도의 명확화와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헌법 개정을 통한 조항의 명확화나 관련 법률의 정비를 통해 향후 유사한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헌법 제84조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우리 헌정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법 앞의 평등과 대통령직의 안정적 수행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헌법적 가치를 추구할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